[지방자치 30주년, 지역 살린 정책 전국으로] 의정부시, 무단횡단 방지위해 도입… 걸음 느린 어르신들 호응 얻고 퍼져 작지만 실효성 있는 ‘풀뿌리 정책’… 전국으로 확산 국민 삶의 질 높여
경기 의정부시 횡단보도 잔여 시간 표시 2022년 횡단보도 신호등 적색 신호 잔여 시간 표시. 서울 부산 등 여러 도시 도입
올해는 1995년 6월 27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각 지역의 실정에 맞춘 ‘풀뿌리 정책’이 마련됐고 주민 참여도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의회가 의결한 조례·규칙 등 ‘자치 입법’은 1995년 3만358건에서 지난해 11만1907건으로 3.7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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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30년간 지방자치 정책들이 때론 중앙정부 정책보다 신속히 현안에 대응했다. 주민 입장에서 문제의 직접적 해결책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새 정부도 지역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취임한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얻은 지역 현안 해결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16개 시도 단체장들은 ‘지역 맞춤형 돌봄·복지’를 지방자치의 대표 성과로 꼽았고, 앞으로 더 많은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돼야 더 나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30년간 지방자치의 성과와 새로운 과제를 짚었다.
광주 ‘심야어린이병원’ 광진구 ‘노인 안부 살핌’, 전국서 배워가
〈1〉 전국 확대된 지역 풀뿌리 정책
광주시, 어린이병원 운영비 등 지원… ‘노인 안부 살핌’ 31개 지자체 시행
창원 공공자전거-서귀포 산후조리원… 주민들 호응 얻으며 전국 정책으로
광주시, 어린이병원 운영비 등 지원… ‘노인 안부 살핌’ 31개 지자체 시행
창원 공공자전거-서귀포 산후조리원… 주민들 호응 얻으며 전국 정책으로
광주시 공공 심야 어린이 병원 2023년 심야 어린이 진료 병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 정부 소아의료체계 개선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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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광주에서 처음 문을 연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의료수가뿐 아니라 운영비까지 시가 지원한다. 기존 심야어린이병원은 수가만 지원해 늦은 밤이나 휴일에는 문을 닫는 병원이 많았지만, 광주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운영비 지원으로 진료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이 체계는 전남 여수, 강원 원주·태백, 전북 군산 등으로 확산됐고, 정부도 2024년부터 운영비를 지원해 심야병원의 안정적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 체감도 높은 지역 정책, 전국으로 확산
1991년 3월 26일, 군사정권 이후 30년 만에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열려 지방자치의 토대가 마련됐다. 1995년 6월 27일 기초·광역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뽑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되며 본격적인 지방자치 새 역사가 열렸다.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민선 자치 30주년은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 기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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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공공산후조리원 2013년 산후조리 시설 부족으로 인한 원정 출산 문제가 불거지자 첫 시행. 전국 21개 시도 시행
서울 광진구가 1990년대 중반 유제품 배달원 등 민간 배달업종과 협업해 시작한 ‘독거노인 안부 확인’ 정책은 현재 우체국 집배원이 고독사 위험 가구를 살피는 ‘안부 살핌 우편 서비스 사업’의 모태가 됐다. 31개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이 시행 중이다. 충북 청주시의회가 1992년 전국 최초로 제정한 ‘행정정보공개 조례’는 지방자치가 확산된 후 ‘정보공개법’ 제정으로 이어지며 정보공개 청구 제도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행정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1998년 2만5475건에서 2014년 38만1496건, 2023년 111만3051건으로 크게 늘었다.
● 지자체 복지 투자 18년 새 5배 늘어
서울 서초구 횡단보도 그늘막 2015년 보행신호 대기 주민들을 위한 폭염 대피 그늘막. 전국 대부분 지역에 설치
공유 자전거 사업 역시 지역에서 시작됐다. 2008년 대중교통이 취약했던 경남 창원시에서 도입된 ‘누비자’는 현재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여가 수단으로, 서울·대전·세종 등 전국 71개 지자체로 확산됐다.
이렇게 맞춤 정책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비중도 높아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자치단체의 복지 예산 비중은 2006년 7.5%에서 2013년 27.6%, 지난해 35.0%로 18년 새 5배로 늘었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수도 같은 기간 1만8512명에서 2.46배인 4만5460명으로 증가했다. 정책의 혜택을 주민들이 체감하면서 주민투표·소환 및 조례 발안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풀뿌리 정책도 급증했다. 2000∼2005년 143건에 불과했던 주민조례 발의 건수는 2015년 213건, 지난해 429건으로 연평균 17.4건씩 늘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지역 문제 해결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내년 6월 지방선거 “지역 장점 살린 전략 필요”
내년 6월 3일에는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자체장들은 인구 소멸, 청년 일자리 등 지역 현안 해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병대 한양대 명예교수는 5일 “각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지역) 자립형 성장 전략을 모든 지역이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지자체장, 광역지자체장을 모두 섭렵한 이재명 대통령이 이끌 정부도 이 같은 일상과 밀착된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지방자치 30주년은 주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며 “지방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