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세에 석유화학 빅딜 신호탄… HD현대-롯데 NCC 통합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업계, 中과잉생산에 공멸위기
석유화학 주요 기업들 적자행진
“NCC기업 6곳→1, 2곳 줄여야”
새 정부서 구조조정 지원 나설듯

석유화학 업체들의 생산시설이 몰려있는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의 모습. 동아일보DB
HD현대그룹과 롯데케미칼이 각사가 운영 중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내 석유화학업계 재편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사업재편 논의 시작한 석유화학업계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 설비의 통합 운영 등을 놓고 논의에 나섰다. 두 회사는 HD현대그룹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연 85만 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대산단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대산단지에서 연 110만 t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케미칼이 대산단지에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넘긴 뒤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혹은 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대산 NCC 설비를 통폐합한다면 인건비와 시설 관리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원재료를 구매할 때 협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설비 통합과 관련해 두 회사는 아직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한 회사 관계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내용이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커지는 우려

업계에서는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의 대산 NCC 설비 통합 논의 시작이 석유화학업계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여러 차례 ‘빅딜’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6곳인 NCC 기업을 1, 2곳까지 줄여야 석유화학업계 불황의 근본 원인인 중국·중동발 과잉생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문제는 누구 공장 문을 닫을지를 놓고 저마다 입장이 달라 의견 절충에 이르지 못했다. LG화학은 여수NCC 2공장에 대해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섰지만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고 석유화학 사업 재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등의 정치적 상황에 사실상 ‘올스톱’됐다. 그사이 올 1분기(1∼3월)에도 롯데케미칼(―1266억 원)과 HD현대케미칼(―1188억 원)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

결국 새 정부 출범이 석유화학업계 재편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과정에서 조선 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 “남부지방 산업벨트, 특히 석유화학이 모두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대책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후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만 맡기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이 지지부진해진다”며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가 심상치 않은 만큼 새 정부의 인선이 마무리되면 결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D현대그룹#롯데케미칼#NCC#석유화학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