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부쩍 따가워진 요즘, 파인애플을 닮은 다식물 ‘괴마옥’은 벌써 선글라스까지 장착했네요. 여름나기 준비 완료!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드립커피를 내리다 생긴 거품 사이로 함박웃음이 드러났습니다. 은은한 커피향에 느긋해진 마음을 반가워하는 것 같네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어른들이 만세를 부르며 작은 바이킹을 즐기고 있네요. 꼭 거창하거나 화려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강원 춘천시에서
점심시간 한 남성이 빈백(모양이 자유롭게 바뀌는 소파)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네요.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것을 보니,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화동에서
여행용 캐리어가 자동으로 굴러갑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캐리어를 먼저 타니 여행의 설렘이 배가 됩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때 이른 더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생각을 잠시 멈춰봅니다. 눈을 감으니 귀가 열리네요. 도심에서 자연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방법.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아파트 입구 돌담 위, 고양이 두 마리가 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네요. 이곳의 수호신은 바로 너희였구나. ―서울 서초구에서
돌벤치에 누군가 우산을 두고 갔네요. 꽃들과 같은 색이라 다 함께 친구가 되라고 남겨둔 걸까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왕들의 거처였던 궁궐 안 한 마루에 돌에 고정시킨 부채가 눈에 띄네요. 바람에 맞춰 살랑살랑. 이것이 조선의 선풍기였나 봅니다.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사람들의 시계는 늘 바쁘게 돌아가도 연못에 낚싯대를 던지고 앉은 곰돌이는 느긋합니다. 물고기야 잡히든 말든 세상 시름 잊은 듯합니다. ―전남 순천시 황전휴게소에서
애견 미용실에서 ‘댕댕이’가 꽃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뒷다리 털은 조금 남겨 두고 싶었는데, 엄마는 여름이라 짧은 게 좋다고 하셨나 봐요.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목욕을 마친 아이가 수증기로 뿌옇게 된 거울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왼쪽 그림을 보니 20여 년 전 방영된 어느 사극 등장인물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조선 왕실의 권위를 상징했던 용두(龍頭) 기와 틈새로 풀이 자라났네요. 위세 높던 용도 수백 년이 흐르면서 너그러워졌나 봅니다. ―서울 종로구 경희궁에서
지나가는 이들의 꿈과 소망이 쌓이고 쌓여 1m를 훌쩍 넘는 높다란 돌탑이 됐습니다. 얹어진 돌마다 간절한 소원이 깃들어 있을 것 같네요. ―경북 문경시 문경읍에서
한 중년 남성이 태블릿PC와 스마트폰 4대로 무언가를 골똘히 봅니다. 복잡한 세상을 따라가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필요한가 봅니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