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교육지원청서 도입한 ‘동부 온(溫)든든 통번역 지원단’
다문화 학생 수 10년 새 112% 증가… 법률적인 문제 발생 땐 소통 힘들어
전국 최초로 통번역 지원체계 도입… 동대문-중랑구 관내 이주민이 통역
문화적 맥락 반영해 피해 진술 지원
서울동부교육지원청과 동대문구·중랑구 가족센터는 지난달 9일 서울동부교육지원청에서 학교 폭력, 교육 활동 침해 사안 발생 시 다문화 학생의 진술권 및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번역 지원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동부교육지원청 제공
서울동부교육지원청은 지난달 9일 동대문구·중랑구 가족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동부 온(溫)든든 통번역 지원단’을 발족했다.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의 학교 폭력과 교육 활동 침해 사안을 처리할 때 이뤄지는 한국어 통번역 지원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다.
통번역 지원단은 다문화 학생 진술권 확보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통번역 운영 절차를 매뉴얼화해 제공한다. 18개 언어로 통번역을 지원한다. 다문화 학생 관련 사안 처리에 통번역 지원을 도입한 건 전국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중 최초다.
● 다문화 학생 증가에 통번역 지원 강화
서울 지역 내 다문화 학생의 수는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통번역 지원은 미흡하다. 특히 학교 폭력 및 교육 관련 침해 등 법률적 도움이 필요한 사안 처리 과정에선 더욱 그렇다.
서울 전체 학생 수는 2014년 106만7998명에서 2024년 76만9416명으로 27.96% 감소했지만 다문화 학생 수는 2014년 1만21명에서 2024년 2만1282명으로 112.37% 증가했다. 서울 내 다문화 학생 비율은 2014년 0.94%에서 2024년 2.77%로 증가했다.
통번역 지원단 사업은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홍성아 변호사가 제안한 게 추진 계기가 됐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이슬람권 국가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중도 입국한 학생의 학교 폭력 사안을 처리했다. 학생은 아직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관계자가 해당 학생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위원회에서 통역을 도운 통역가는 심의 후 이 학생이 살다 온 국가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에게 설명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그제야 학생이 말했던 답변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룰 때는 학생 진술권을 보장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문화 학생의 경우 과거 살았던 나라의 문화적 맥락까지 반영된 통번역이 이뤄져야 문제를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
이후 통번역 인력을 늘리고 매뉴얼을 만드는 통번역 지원 사업을 제안했다. 서울동부교육지원청은 이를 받아들여 추진했다. 조미연 서울동부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 과장은 “학생 발언과 진술의 문화적 맥락까지 파악해야 가해 학생 선도, 피해 학생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데도 통번역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교육지원청 측의 생각이다.
● 한국어 실력 중상급 이주 배경 주민 참여
동부 온든든 통번역 지원단에는 관내 이주민 생활 통역 봉사단이 참여한다. 봉사단원은 자치구 가족센터의 ‘생활 통번역 직업 훈련’을 이수한 이주 배경 주민이 상당수다. 생활 통번역 직업 훈련은 한국어 실력이 중상급 정도인 이주 배경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지원청은 통번역 봉사단원을 대상으로 한국어 이해, 통번역 실무 연수, 법률 관련 연수 등 다양한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한다. 네팔어, 몽골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 18개 언어 통번역을 지원한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통번역 지원은 어떻게 이뤄질까. 우선 학교 폭력, 교육 활동 침해 사안이 접수되면 학교가 교육지원청에 통번역 지원을 신청한다. 교육지원청은 접수 내용을 확인한 뒤 자치구 가족센터에 통번역인 지원을 요청한다. 가족센터는 통번역인을 배정해 교육지원청 학교통합지원센터로 보낸다. 학교별 조사는 통번역인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한다. 심의위원회도 통번역인 지원 아래에서 이뤄진다.
통번역인 업무 매뉴얼에는 다문화 학생 통역 시 유의 사항, 통역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사안 조사를 위한 대상자별 주요 질문 예시 등을 포함한 ‘통번역인의 역할과 책임’ 등이 담겼다. 다문화 학생은 문화적·언어적 차이로 사안 처리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매뉴얼 작성 시 ‘법정 통역인업무편람’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등을 참고했다. 또한 법률 전문가와 통번역 전문가 등 전문가의 조언도 받았다.
매뉴얼에는 객관적인 통번역을 위한 내용도 담겼다. 통번역인이 사안 관련 학생과 관련이 있는 경우 해당 통번역인을 배정하지 않는 ‘제척’, 공정한 통번역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분쟁 당사자가 심의위원회에 기피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기피’, 통번역인 스스로 해당 사안 통역을 회피할 수 있는 ‘회피’ 제도 등이 있다.
이미경 서울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다른 교육지원청에서 통번역 지원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다문화 시대의 교육 정책 및 행정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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