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신약 전서인 ‘예수셩교젼셔’(1887). 국제성서박물관 제공한글 띄어쓰기는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스코틀랜드 선교사로 최초의 한글 성경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셔’(1882)를 만든 존 로스(1842~1915)다. 그는 만주에서 조선 선교를 준비하며 일종의 조선어 회화 교재인 ‘조선어 첫걸음(Corean Primer·1877년)’을 저술했는데, 여기에 띄어쓰기를 적용했다. 한글 창제 이후 띄어쓰기가 적용된 책은 ‘조선어 첫걸음’이 처음이다.
구한말 한글을 사랑한 선교사들이 남긴 유물을 전시(‘한글을 사랑한 사람들’) 중인 인천 국제성서박물관. 국제성서박물관 제공.이처럼 한국인보다 더 한글을 사랑한 파란 눈의 선교사들이 남긴 한글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한글을 사랑한 사람들’)가 내년 4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국제성서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미북장로교회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가 지은 한글 지리 교재 ‘사민필지’(1889), 미북감리교회 선교사 마거릿 벵겔 존스(1896~1962)가 쓴 한글 아동용 학습 교재 ‘초학언문’(1895) 등 500여 점이 공개됐다. 배재학당 한글 학습 교재로 쓰이기도 한 초학언문은 개화기 한글 표기와 음운 현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 중 하나다.
한글의 변화와 역사적 발자취가 담긴 유물들은 ‘한글을 만든 사람들’ ‘한글을 다시 찾은 사람들’ ‘한글을 사랑한 사람들’ ‘한글을 발전시킨 사람들’ 등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전시됐다. 박물관 측은 “한글의 우수성을 깨달은 선교사들은 띄어쓰기, 문장부호를 도입하는 등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경 등 각종 서적을 출판했다”라며 “일제강점기 때 탄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한 한글이 지금에 이르게 된 밑바탕에는 이런 선교사들의 노력이 숨어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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