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배드뱅크’로 탕감할 빚규모 파악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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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약 ‘코로나 대출 조정’ 본격화
코로나 대출 50조원 9월말 만기… 당국, 통계 돌려 규모-대상 구체화
前정부 ‘새출발기금’ 운용도 참고
“채권 규모 산정-재원 마련 쉽지않고… 채무자 역차별-도덕적 해이 논란도”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미 장기 소액 연체 채권 규모 파악에 착수한 상황으로, 곧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매입할 채권 규모와 지원 대상 등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기간 내내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에 나서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기존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보다 지원 폭 등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 배드뱅크 설립논의 본격화, 금융당국 장기 소액 연체채권 규모 파악 나서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코로나 대출 탕감·조정 방안을 위해 배드뱅크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 분야 TV 토론회에서 자영업자 빚 문제와 관련해 “단순 채무조정을 넘어 실질적인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책임졌던 반면에 한국은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해 결국 국민 빚만 늘렸다”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적극적인 채무 탕감을 주장하며, 부실 채권을 매입한 후 이를 처분하는 전문기관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감독원 CPC(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자료 요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를 통해 장기 소액 연체채권 규모를 파악 중이다.

2022년 10월부터 자영업자들의 채무조정을 위해 운영 중인 새출발기금 운용 경험도 참고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 채무액은 20조3173억 원(차주 수 12만5738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채무조정 약정 체결 규모는 5조7997억 원에 불과하다. 약정 체결률이 28% 수준에 그치는 배경으로는 까다로운 신청 절차와 길게는 채무 조정까지 1년 이상씩 걸리는 느린 속도 등이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배드뱅크는 지원 규모와 속도 등에서 채무 조정 신청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아직까지 ‘코로나 빚’은 자영업자들을 짓누르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를 해왔는데 당장 9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만 약 47조4000억 원이다.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대출 규모만 약 2조5000억 원이다.

● 재원 마련이 ‘숙제’… 도덕적 해이 논란도

다만 금융권에서는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이다. 구체적인 채무탕감 규모 산정도 난제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탕감해줄 채무 규모를 잡아야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따는 작업을 들어갈 수 있는데, 규모 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정부 재정 투입과 함께 은행권 등 금융회사들의 공동 출자 방식 등이 거론된다. 전 정부에서 시중은행들은 이미 2조 원이 넘는 상생금융 자금을 내놓은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에서 재원을 마련해 선심성 정책을 펼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배드뱅크’는 기존에 대출을 정상 상환한 차주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으로 모럴해저드 논란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배드뱅크#채무 탕감#장기 소액 연체채권#새출발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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