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부동산 버금가는 투자수단 되게”… 배당소득 분리과세 거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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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불공정 해소”]
李 “통통한 우량주, 갑자기 껍데기로”… 경험담 꺼내 물적분할 폐해 등 지적
불법 공매도엔 “퇴출” 경고 메시지… “배당 많은 기업엔 인센티브” 밝혀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주식 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주식 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이나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주변에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라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현장 행보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찾아 “이제는 다 바꿔야 한다. 다 바꿔서 투자할 만한, 길게 보면 괜찮은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불법 부정 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어지는 이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키겠다”고도 했다. ‘코스피 5,000시대’를 대선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주식 시장 불공정성 문제는 6월 3일 선거가 끝나는 순간 해결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 李 “자본 시장 정상화해야”

이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째인 이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자본 시장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최소한 완화하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며 “프리미엄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정상화로 갈 수 있도록 그런 얘기를 같이 나눠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 진행을 맡은 직원이 ‘긴장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편하게 해요. 형이다 생각하고요”라며 웃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금은 휴면 개미”라며 “1990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해서 처음으로 만난 게 소형 작전주다. 첫 주식을 그렇게 만나면 안 되는데 그게 성공을 했다”며 이후 주식에 실패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지금은 우량주 장기 투자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무슨 물적 분할이라느니 인수합병이니 이런 것을 해 가지고 갑자기 내가 가진 주식이, 분명히 알맹이 통통한 좋은 우량주였는데 갑자기 껍데기가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대기업들의 물적 분할로 인한 폐해를 꾸준히 지적했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내가 분명히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를 낳으면 주인이 남”이라며 “내가 어떻게 믿고 암소를 사느냐”며 지배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억제하겠다며 상법 개정안 처리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자본 시장의 부정 거래 세력을 겨냥해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통적인 주가조작, 시장 질서 훼손은 통정 매매, 가짜 정보로 주가를 올리고 나가는 것”이라며 “일단 이것부터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지적해온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반복하거나 규모가 크면 아예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신종 수법에 대응해 주식 불공정 거래를 조속히 적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속한 조사를 위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실제로 주식 시장의 불공정 거래는 재범률이 평균 29%를 넘을 정도”라며 불공정 거래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부당이득에 과징금 부과 및 환수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국장으로 되돌아오는 건 지능 순”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 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조세 재정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발언하며 배당소득세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배당소득세 개정에 대해 “배당을 늘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세수 감소를 감수할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었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빠져 있었다.

기업에 혜택을 줘 배당이 늘어난다면 증시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며 개선된 외국인 수급이 증시 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배당까지 늘어난다면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도중 취임일 이후 5.81% 상승한 코스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 지금 주가 변동 폭이 어떻냐”고 물었다. 이어 “이재명 정부 수립 자체만으로 3,000은 갈 거다, 노력해야 한다”며 “국장(국내 주식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지능 순이다란 말이 나오면 주식 시장이 상당히 빨리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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