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6)은 10일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최종전을 4-0 대승으로 장식한 뒤 이렇게 말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미 확정한 상태에서 쿠웨이트전에 나선 한국은 무패(6승 4무)로 조 1위를 차지하며 3차 예선을 마쳤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 감독은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 때문에 자신이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 때 호흡을 맞춰본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가 조별리그 탈락(1무 2패)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엔 예선부터 팀을 지휘하면서 폭넓은 선수층을 확보했다. 홍 감독은 “지금은 10년 전보다 훨씬 다양한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3차 예선을 통해 그들의 특징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은 3차 예선에서 3골을 넣은 주장 손흥민(33·토트넘)과 4골을 기록한 이재성(33·마인츠) 등 고참들이 여전한 경기력을 뽐낸 가운데 선배들과 당당히 경쟁을 펼칠 차세대 공격수들을 발굴했다.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선 오현규(24·헹크)가 돋보였다. ‘홍명보호’에서 교체 자원으로 활용됐던 오현규는 처음 선발로 나선 쿠웨이트전에서 환상적 터닝 슈팅으로 골맛을 보며 3차 예선 4골을 기록했다. 오현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땐 등번호가 없는 예비 멤버로 대표팀과 함께 카타르에서 훈련했다. 그는 “앞으로 1년간 내가 뭘 더 보여줄 수 있을지 스스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흥민과 주 포지션이 같은 왼쪽 측면 공격수 배준호(22·스토크시티)는 방향 전환이 빠르면서도 매끄러운 드리블과 탁월한 연계 능력을 바탕으로 3차 예선에서 1골 4도움을 기록했다. 홍 감독은 “배준호는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선수”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7월 K리거 위주로 팀을 꾸려 한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한다. 9월엔 북중미 월드컵 개최 국가 중 하나인 미국에서 미국, 멕시코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른다. 월드컵 조 추첨식은 12월에 열릴 예정이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최종엔트리 선정을 위한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다. 홍 감독은 “우리 팀의 베스트 멤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중요한 것은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내년 6월에 누가 정말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오른쪽)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최종 10차전에서 4-0대승을 거둔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평가전을 통해 3차 예선 10경기에서 7골을 내준 수비력을 보완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은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복병으로 꼽히는 국가들의 출전기회도 확대됐다. 조별리그부터 공격력이 막강한 상대를 만날 확률이 더 높아졌단 얘기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대표팀은) 중앙 수비수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가 부상 으로 빠졌을 때 상대 역습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부분에 대비한 전술과 수비 조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 포메이션을 실험해 상대의 전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숙제다. 홍 감독은 3차 예선에선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상황별 포메이션 및 세부 전술을 늘려야 한다. 사용 가능한 포메이션이 4개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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