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에 포함된 성분이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주 1회 투여 비만 치료제다. 일론 머스크 등 해외 유명인사들이 체중감량에 성공하면서 ‘기적의 비만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는 지난 2023년 4월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그해 10월 출시됐다. 현재는 12세 이상 청소년 투여를 위한 적응증 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성분이 동일한 당뇨병 치료제로 ‘오젬픽’이 있고 경구용 제품은 ‘리벨서스’로 판매·처방된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EMA 산하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PRAC, Pharmacovigilance Risk Assessment Committee)는 지난 6일(현지시간) 약물평가회의를 열고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해 판매하는 위고비(비만약)와 오젬픽(당뇨약), 리벨서스(당뇨약) 등에 포함된 성분이 심한 경우 시력 상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부작용 빈도는 1만 명에 1명꼴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NAION은 녹내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실명 원인 질환이라고 한다.
PRAC(위원회)은 비임상 연구와 임상시험, 시판 후 추적 및 의학 문헌 데이터를 비롯해 세마글루타이드와 NAION 질환 연관성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위고비와 오젬픽, 리벨서스 등 대상 의약품 라벨 정보에 NAION 질환이 매우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 표기를 권고했다. 앞서 국내외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치료제 이용 후 시력저하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EMA는 작년 12월부터 해당 부작용에 대한 검토 및 평가를 시작했고 제조사인 노보노디스크 측에 관련 내용 라벨 정보 표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뉴시스노보노디스크 측은 임상시험과 시판 후 연구에서 약물이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합리적인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요청에 맞춰 관련 내용을 라벨 정보에 표기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EMA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약물 사용이 NAION 발병 위험을 2배가량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뇨병 환자 약 35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해당 연구에 따르면 오젬픽으로 2년간 치료 받은 환자가 다른 계열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NAION 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 따르면 PRAC은 인간 의약품 안전성 평가를 담당하면서 이와 관련된 권장사항을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PRAC이 만든 권고안은 EMA 산하 의약품사용자문위원회(CHMP)에 전달돼 정식 권고안으로 채택되는 절차를 거친다. CHMP 의견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전달되고 적절한 시기에 모든 EU 회원국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구속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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