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조명균 전 장관 무죄…검찰, 공소사실 보강
산하기관장에게 전화 걸어 사직 종용했는지 쟁점
檢 “사직 고의 있어”…변호인 “애초 사직요구 없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정치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03.19. 서울=뉴시스
문재인 정부 당시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임기가 남은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종용했다는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의 정식 심리가 오는 8월부터 시작된다. 기관장에게 사퇴를 압박해 왔다는 당시 통일부 국장급 간부를 증인으로 소환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1차 공판을 8월 20일로 지정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해당하는 공판기일에 앞서 쟁점과 신문할 증인 등을 정리하는 순서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7~8월 문재인 정부 당시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에게 사직서를 내도록 종용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은 조 전 장관이 손 전 이사장에게 사직을 종용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통일부 고위 간부들로부터 손 전 이사장과의 면담 내용을 보고 받은 후, ‘사직 요구가 여의치 않게 되자 압박을 하기 위해’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사직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조 전 장관이 면담 내용을 보고 받자 전화를 했다는 주위적 공소사실과 달리 조 전 장관의 고의성이 추가된 것이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해 두는 개념이다.
검찰은 “임기가 남아 있는 공공기관장을 상대로 감독 기관에서 거취를 물어본다는 것이 순수한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도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주위적 공소사실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애당초 피고인(조 전 장관)은 손 전 이사장에게 사직 요구 등을 한 일이 없다. ‘손 전 이사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칠 생각이 없는데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보고를 받고 구체적 시기를 묻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검찰이 ‘사퇴 압박’으로 봤던 조 전 장관과 손 전 이사장 간 통화를 두고 ‘사퇴 시점을 명확히 알려 달라’는 내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손 전 이사장과 면담했던 천해성 전 차관과 정모 국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서증조사도 요청했다. 두 간부는 앞서 1심 도중에도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정모 국장만 증인으로 채택하고 천 차관의 채택은 보류했다. 서증조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모 국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위주로 신문하도록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손 전 이사장에게 사직을 청구할 것을 지시했는지 ▲그런 행위가 인정된다면 통일부 장관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지, 이에 따라 직권을 남용해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등을 쟁점으로 정리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 202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사건 판례도 일부 참고할 수 있다며 조 전 장관 측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9년 3월께 통일부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 중앙 부처 전반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검찰은 조 전 장관 외에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을 이러한 블랙리스트 의혹 혐의와 관련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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