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으로 고생할 때 피해야 할 음료는 커피 등 카페인 성분이 함유된 음료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커피 색깔이 있는 모든 음식을 피하라고 이야기한다. 초콜릿에도 카페인과 유사한 각성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카페인이 도움이 될 수 있어 오히려 권하기도 한다. 카페인이 가지는 각성 작용이 때로는 불면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은 섭취 후 15∼45분 내에 혈액으로 흡수돼 뇌에 도달한다. 효과는 보통 3∼7시간 지속된다. 카페인 반감기(체내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는 평균적으로 3∼5시간이다. 오전 7시 커피를 마시면 점심 무렵에는 카페인 각성 효과가 약화된다. 아침에 섭취한 카페인이 저녁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반면 오후 2시 이후 카페인 섭취는 반감기 때문에 오후 10시 이후에도 잔류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점심 식사 이후 카페인을 금지하는 이유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단순히 졸림을 쫓는 것 말고도 여러 이점이 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졸림을 억제한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해 집중력과 기분을 향상시킨다. 아침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낮 동안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침 카페인은 일주기 리듬을 강화시킨다. 뇌에는 잠들고 깨는 것을 관장하는 중추가 있다. 잠들고 깨는 것은 모두 중추 역할이다. 그런데 불면증 환자는 중추에서 나오는 수면 유도 자극이 약하다. 아침에 각성이 시작되고 낮에 충분히 깨어 있다면 야간의 수면 유도 자극이 더 강해진다. 아침과 낮의 각성은 밤에 깊은 수면을 유도한다.
카페인은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적당한 카페인(하루 200∼400mg, 커피 2∼4잔)은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우울감 및 불안감, 정신적인 피로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적정 카페인 섭취는 우울증 위험을 8% 감소시켰다. 카페인이 뇌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해 긍정적인 기분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400mg 초과) 불안, 초조함, 심박수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커피는 단순히 잠을 깨우는 음료가 아니다. 아침에 적절히 섭취하면 낮에 각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밤에는 더 깊은 수면을 유도할 수 있다. 카페인 반감기와 작용 시간을 이해하고 오후 늦게 섭취하는 것을 피한다면 수면 방해 없이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카페인은 현대인의 삶에 활력을 더하는 동반자다. 아침에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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