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정치학자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이 6·3 대선 뒤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인식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잘못을 반성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적극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응답이 68.2%로 나타났다. ‘탄핵 반대를 더 적극적으로 해 대통령을 지켰어야 했다’는 응답은 12.6%에 불과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반헌법적·불법 행위였다는 응답도 71.6%로,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는 17.2%보다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은 결국 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이를 옹호한 국민의힘을 민심이 심판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3년 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응답자의 44.9%가 계엄을 반헌법적·불법 행위로 봤고, 42.2%는 국민의힘이 잘못을 반성하고 탄핵을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답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지지층 이탈로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투표층의 11.9%는 이번에 이 대통령을, 8.3%는 개혁신당 이준석 전 후보를 택했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3년 안에 유권자들이 지지를 잘 바꾸지 않는 점과 이번 대선 득표 차를 고려했을 때 이 변화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심을 읽지 못했다. 선거 내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채 계엄을 옹호하는 언사가 잇따랐다.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40% 이상이 계엄을 위헌으로 보고 국민의힘에 반성을 요구한 여론을 도외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일부 아스팔트 우파에 끌려다니며 상식적인 민심에서 동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계엄 선포와 탄핵 사태에 어느 정당 책임이 가장 크냐는 물음엔 50.5%가 국민의힘을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0.0%였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차기 당권을 둘러싼 집안 싸움에 혈안이다. 국민의힘의 쇄신도 보수의 재건도 이번 대선서 드러난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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