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이시바 “성숙한 한일관계 만들자”… 과거사 구체적 거론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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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 한일 정상, 25분간 첫 통화
李, 과거사보다 협력 방점 ‘투 트랙’… 합동훈련 등 비판 입장서 수위 낮춰
日 “대북 문제 긴밀 공조” 밝혔지만… 대통령실 발표 자료엔 포함 안돼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아래쪽 사진)와 통화를 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AP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아래쪽 사진)와 통화를 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AP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당분간 이재명 정부 대일(對日) 외교 기조의 큰 틀이 협력을 중심으로 짜일 것임을 예고했다. 취임 5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일본 정상과 통화하면서 과거사와 경제·안보 협력 사안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대일 외교 원칙인 ‘투 트랙’ 기조 중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 이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李 “한미일 협력 성과 평가”

이날 25분간 진행된 정상 간 통화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이 대통령이 통화 도중 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우호적인 한일 양국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대변인은 “양 정상은 그간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더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과거 한미일 군사훈련을 비판했던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 통화 역시 이 같은 대일 외교 기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국민들 간 활발한 교류 흐름에 주목하면서 당국 간 의사소통도 더욱 강화해 나가자”면서 민간 교류를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현재 진행됐거나 진행될 예정인 민간 등 교류 사업은 100여 건에 달한다. 한일 수교일(6월 22일)을 기념해 양국 국민만 이용할 수 있는 공항 ‘패스트트랙’ 설치 등 출입국 절차 간소화 조치도 이달 중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강조한 투 트랙 외교 중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성숙한 한일 관계’를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일본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양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도 포괄적으로 할 말은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 “제가 일본에 적대적일 거란 선입견이 있다. 일본과 잘 지내고 싶다”면서 “외교, 한국 침략사, 독도, 영토 문제는 강경하게 대응하더라도 문화·사회 영역은 서로 협력해야 시너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일 정상의 첫 상견례 자리는 15∼17일(현지 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 日, “‘북한 대응’ 긴밀 공조”

이날 대통령실은 사후 자료에서 북한 도발 대응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시바 총리는 납치 문제를 포함한 대북(對北) 대응에 대해서도 긴밀히 공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정상을 포함한 고위 당국자 간 회담 성명 등에 핵심적으로 담겼던 북한 도발 대응 및 북한 비핵화, 납북자 대응 협력 등이 빠진 것. 정부 소식통은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가진 만큼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일본은 “전략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한일 관계와 한미일(협력)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 등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협력체인 한미일 3각 협력 차원에서 안정적인 한일 관계 관리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이시바#한일관계#과거사#한미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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