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바뀐 종점 옆에 김건희 일가 땅… 특혜 의혹 불거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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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발 22개월만에 강제수사
尹 당선-원희룡 취임후 노선변경
특혜 부인하다 뒤늦게 “용역 부실”
‘직권남용-부당개입’ 줄소환 예고

경찰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경기 양평군청, 용역업체 2곳 등 총 4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 주요 관련 인물들에 대한 대면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그 가족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 尹 파면 이후 수사 급물살… 줄소환 가능성

경기남부경찰청은 16일 국토부와 양평군청, 용역업체 경동엔지니어링, 동해종합기술공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약 6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경찰은 국토부 등에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와 노선 변경 관련 내부 문서 제출을 요구했고,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은 처음이다.

경기남부청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고발인과 참고인 조사, 공사에 대한 자료 분석 등 기초적인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날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고속도로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원 전 장관과 국토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 관련자 줄소환이 예상된다. 경찰이 조만간 피고발인인 원 전 장관의 자택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거나 대면 조사를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소환된 바 없으며, 그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 전 장관과 국토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이달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도 통과된 상태다.

수사당국에 고발된 지 22개월 만에 경찰이 첫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늦장 수사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즉 권력이 떨어지니 수사에 나섰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특혜 없다”더니 공무원 7명 늦장 징계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km를 잇는 왕복 4차로 도로다. 이 사업은 2017년 1월 국토부 제1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같은 해 4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확정됐다. 하지만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5월 원 전 장관이 취임한 전후로 고속도로 종점이 기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당시 양평군이 사업성 등을 고려한다며 새로운 대안 노선 3개를 국토부에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여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이다.

특혜 의혹은 2023년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노선안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새로 변경된 강상면 종점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김 여사 일가가 소유한 3만9394㎡의 땅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 원 전 장관은 “특혜 의혹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비판이 커지자 원 전 장관은 같은 해 7월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시민단체 등은 원 전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고발장은 검찰을 거쳐 2024년 7월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됐다. 이 사업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재차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원 전 장관의 후임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어떤 특혜나 외압 의혹이 밝혀진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올해 3월 뒤늦게 ‘타당성 조사 용역 관리가 부실했다’는 내용의 자체 감사 보고서를 내고 공무원 7명을 징계했다.

#경찰#양평고속도로#김건희#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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