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임수]경기국제공항, 도의원들이 제동 걸고 나선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9일 23시 21분


코멘트
30여 년간 선거 때마다 경기 지역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단골 메뉴가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자는 분도와 수원·성남시의 군공항 이전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를 신설하고 남부권에 대규모 국제공항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군공항을 옮겨 민간도 함께 사용하는 통합 국제공항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경기도는 그해 말 곧장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을 꾸리고 이듬해 국제공항 건설 지원 조례까지 만들어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엔 화성시 화옹지구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세 곳을 국제공항 후보지로 선정했다. 인천·김포국제공항 이용객 10명 중 3명이 경기도민인데도 정작 도내에 공항이 없어 불편이 큰 데다, 15년 뒤 경기도 인구가 1479만 명으로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게 경기도의 주장이다. 여객 수요는 물론이고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화물 수요 또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국제공항 건설 지원 조례를 폐지하겠다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폐지 조례안에 참여한 도의원 10명 중 8명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같은 당 소속인 김 도시자의 역점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이다. 도의원들은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에 국제공항을 또 짓는 건 명백한 예산 낭비라고 했다. 후보지 세 곳 모두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인천·김포공항을 가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늘어나는 화물 수요는 인접한 청주국제공항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제공항 후보지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것도 사업 백지화 추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화성시 화옹지구는 2017년부터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인데, 주민들은 “군공항이든 국제공항이든 다 싫다”며 범시민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집단행동에 나섰다. 공항이 들어서면 소음 피해가 가중되고 고도 제한에 묶여 갓 출범한 화성특례시 개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평택과 이천시 후보지 주민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자체와 정치권이 한 몸이 돼 자기 지역에 공항을 유치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경기도의회의 움직임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공항 건설부터 운영까지 전액 국비가 투입되다 보니 지자체와 정치권이 합작해 예산을 퍼준 뒤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된 공항이 널려 있다. 국내 15개 공항 중 11곳이 만성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인구가 줄고 전국 곳곳에 고속도로와 KTX가 뚫리는데도 새로 건설되거나 계획 중인 공항이 10곳에 달한다. 경기국제공항은 물론이고 선거를 치를 때마다 늘어나는 ‘공항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경기국제공항#군공항 이전#국제공항 후보지#공항 포퓰리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