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칼럼]조사업체마다 지지율 천차만별? 결과에 책임지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9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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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대선은 끝났지만,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은 계속 발표될 것이고, 조사 결과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불신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 필요성 역시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12월 22일부터 대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 시작된 5월 27일까지 실시된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여론조사 335건을 대상으로, 조사업체별 경향성(‘하우스 효과’)을 보정한 뒤 후보별 지지율을 추정해 발표했다. 5월 27일 기준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6.5%, 37.2%, 9.2%, 1.0%였다.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이라 다소의 부동층이 남아 있다고 본다면 1, 2위 후보 간 차이(약 9.2%포인트)를 보는 편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또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이준석 후보 지지율 합계와의 차이는 약 0.2%포인트였다.

이번 대선 여론조사는 여러 면에서 통념을 벗어났다. 무엇보다 ‘대선 출구조사 불패론’이 깨졌다. 출구조사는 일반 선거 여론조사에 비해 두 가지 강점이 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마지막 일주일간의 민심 변화를 반영할 수 있고, 실제 투표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미투표자가 포함되거나 정치 고관여층이 과대 표집되는 일반 여론조사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 출구조사는 역대급 참사였다. 2000년대 초반 출구조사가 도입된 이후, 총선에서는 지상파 3사가 각자 결과를 발표했던 2016년에만 세 곳 중 두 곳이 신뢰구간 내로 각 정당의 의석수를 맞혔다. 반면 지역구가 단 ‘1곳’인 대선에서는 출구조사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총선에서 당한 망신을 대선에서 만회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불패론마저 무너졌다.

출구조사 결과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각각 51.7%, 39.3%, 7.7%, 1.3%로 추정됐다. 1, 2위 후보 간 차이를 약 12.4%포인트로 전망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 차이는 8.4%포인트로, 약 4%포인트 과대 추정했다. 표본 규모가 8만여 명에 달해 확률적 오차범위가 매우 작은 출구조사의 오차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결과다. 더 민망한 점은, 선거 일주일 전까지만 반영하고 실제 투표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일반 여론조사의 ‘평균’ 결과(9.2%포인트 차이)보다도 출구조사가 더 빗나갔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전투표율이 40%에 육박해 가는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른 ‘예측조사’들도 대체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예측조사는 실제 투표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공표 금지 기간의 ‘최종’ 여론을 반영할 수 있다. 그럼에도 1, 2위 후보 간 득표율 차이를 jtbc는 11.2%포인트(50.6% 대 39.4%), 채널A는 12.2%포인트(51.1% 대 38.9%)로 추정해 ‘평균’ 여론조사보다 더 큰 오차를 보였다. 그나마 MBN만이 7.5%포인트(49.2% 대 41.7%) 차로 예측하며 실제 결과에 근접했다.

면접조사가 자동응답조사(ARS)보다 낫다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1, 2위 후보 간 지지율 차이를 면접조사는 약 11.0%포인트, ARS는 8.5%포인트로 추정했다. 오히려 ARS가 실제 득표율 차이에 더 근접한 것이다. ARS를 ‘저질 조사’로 규정하며 퇴출을 주장해 온 ‘메이저급’ 업체들로서는 난처할 만한 결과다.


실제로 조사 방식 간 차이보다 업체 간 차이가 더 컸다. 1, 2위 후보 간 지지율 차이를 기준으로 조사업체별 ‘하우스 효과’를 보면 여론조사꽃(+7.4%포인트), 리얼미터(+3.3%포인트), KSOI(+2.6%포인트) 등은 이재명 후보 지지율 우위를 과대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꽃은 16.6%포인트 차로 이재명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반면 에브리리서치(―5.8%포인트), 한길리서치(―4.5%포인트), 여론조사공정(―4.4%포인트) 등은 이재명 후보의 우위를 실제보다 절반 가까이 과소 추정했다. 그러나 ARS와 면접조사 업체 간 체계적인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28일자 칼럼을 통해 선거 결과 예측 성적에 기반한 여론조사업체 등급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번 대선 여론조사의 시사점은 분명하다. 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하든 그것은 철저히 업체의 ‘자유’ 영역이어야 한다. 따라서 규제는 ‘기록’에 기반해 각 업체가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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